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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준규의 ESG 인사이트 59] 손흥민 이후를 준비하는 e-스포츠, 대한민국 미래를 그리다

  • 작성자 사진: Jace Shim
    Jace Shim
  • 8월 11일
  • 3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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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컨설턴트 심준규] 손흥민이 토트넘을 떠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 축구팬 마음은 착잡해졌다. 지난 10여 년간 새벽에 일어나 EPL(유럽 프리미엄 리그) 경기를 응원하며 행보를 함께 해왔기 때문이다. 이제 그의 다음 행보를 손꼽아 기다리며, 스포츠 스타 한 명이 국가 브랜드와 경제에 미치는 엄청난 영향력을 새삼 실감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놓치고 있는 건 무엇일까? 바로 매일 밤 수백만 명의 청소년들이 열광하는 또 다른 무대, e-스포츠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변화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을 보는 전 세계 시청자 수는 이미 슈퍼볼을 넘어섰고, 국내에서만 천만 명이 이 새로운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 분야를 게임이라는 프레임에 가둬두고 있다. 마치 1990년대에 인터넷을 단순한 통신 기술로만 바라본 것과 같은 착각이다. 디지털 스포츠는 이미 MZ세대(1980년 이후 출생)에게 새로운 사회적 플랫폼이자 문화 코드로 자리 잡았다.


다행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정부에서 발표하는 게임·디지털 스포츠 산업 관련 정책들을 보면, 기술 개발부터 인프라 구축, 글로벌 진출까지 종합적인 지원 의지가 엿보인다. 각종 국제 대회 유치와 글로벌 표준 선도를 위한 노력도 활발해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 전략적 접근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 새로운 산업이 진정한 미래 산업으로 뿌리내리려면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환경 측면에서 보면 디지털 스포츠는 상당히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거대한 경기장을 짓고 수만 명의 관중이 이동하는 전통 스포츠와 달리, 본질적으로 탄소 발자국을 줄일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비대면 관람이 일반화된 지금, 이런 장점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물론 데이터센터와 게임 하드웨어가 소비하는 에너지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산업이 성장할수록 환경 비용도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린 IT(정보통신기술) 인프라 구축과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생태계 발전 계획에 녹여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사회적 측면에서는 가능성이 정말 무궁무진하다. 신체적 제약이나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포용적 스포츠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리그가 운영되고, 고령자 대상 프로그램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히 청소년에게는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협력을 배우는 새로운 배움터 역할을 한다. 팀워크, 전략적 사고, 순발력 등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을 자연스럽게 기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런 교육적 가치를 제대로 체계화하고 정규 교육과정과 연계한다면, 각종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강력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게임 중독, 온라인 괴롭힘, 과도한 상업화 등 문제는 이미 현실로 나타났다. 청소년 보호를 위한 촘촘한 제도적 장치와 건전한 게임 문화 조성이 산업 육성과 발맞춰 함께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지배구조 측면에서 가장 시급한 건 투명하고 공정한 게임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다. 오랜 기간 합숙 생활을 하는 선수권익 보호는 물론이고,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 각종 부정행위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관련 기업들이 진정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거버넌스 체계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복합적인 과제들을 풀어나가려면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힘을 합치는 통합적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 공공기관도 단순한 지원자 역할에 머물지 말고, 건전한 생태계 발전을 이끄는 든든한 파트너가 돼야 한다. 교육부는 교육적 활용 방안을, 보건복지부는 중독 예방과 정신건강 관리를, 환경부는 친환경 게임 인프라 구축을 각각 맡아서 말이다.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도 빼놓을 수 없다. 단순히 돈벌이에만 매달리지 말고, ESG 가치를 제대로 실현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산업 전체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길이기도 하다.


중장기적으로는 게임 문화 콘텐츠 시장 전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K-팝과 K-드라마가 그랬듯, e-스포츠도 전 세계인이 열광하는 한국 문화 콘텐츠의 새로운 기둥으로 성장할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체계적이고 지속가능한 장기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


우리에게는 이미 페이커(이상혁)라는 걸출한 스타가 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제2, 제3의 페이커를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키워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선수 육성 프로그램부터 은퇴 후 진로까지, 선수들의 생애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적 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손흥민 한 명의 활약이 대한민국 축구에 미친 파급효과를 되돌아보자. 손흥민 못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수십, 수백 명의 e-스포츠 스타가 기다리고 있다. 이들이 만들어갈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려면, 지금이야말로 ESG 가치에 기반한 탄탄한 생태계 구축에 본격 나서야 할 때다.


이 새로운 스포츠는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그 성공 여부는 얼마나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생태계를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손을 맞잡고 함께 만들어가야 할 과제다.



|심준규. 더솔루션컴퍼니비 대표. <그린북>, <실천으로 완성하는 ESG 전략> 저자. 기업의 ESG 역량 강화 프로그램 개발과 ESG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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