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준규의 ESG 모델링 21] 소상공인 생태계를 설계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모델 上 엣시의 신뢰 거버넌스
- Jace Shim
- 12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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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컨설턴트 심준규] 미국 엣시(Etsy)는 2005년 설립된 핸드메이드·빈티지·공예 재료 전문 중개 플랫폼이다. 아마존이나 이베이처럼 모든 상품을 취급하는 종합몰이 아니다. 수제 가방·도자기·목공예품·빈티지 의류처럼 개성 있는 소량 생산 상품에 특화돼 있다.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으로, 연간 거래총액(GMS)은 130억 달러(18조원), 매출은 약 26억 달러(3조6000억원) 수준이다. 규모로만 보면 아마존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소상공인 중심 플랫폼으로서는 글로벌 최대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엣시가 주목받는 건 거래액 규모 때문이 아니라 사업 모델의 설계 방식 때문이다. 판매자가 성공해야 플랫폼도 돈을 버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판매자가 실제로 매출을 올릴 때만 거래 수수료(6.5%)가 발생하고, 입점 수수료나 월 구독료는 없다. 광고는 선택사항이며, 판매자가 광고 없이도 검색 상위에 노출될 수 있는 알고리즘을 운영한다.
연차보고서를 보면 수익 구조가 판매자 성공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분명하게 드러난다. 플랫폼의 성공은 판매자의 성공과 연결돼 있고, 수익 구조 역시 판매자가 돈을 벌 때 함께 번다는 방식이다. 그래서 엣시는 상품을 파는 회사라기보다, 거래 조건을 관리하는 회사에 가깝다.
검색 알고리즘, 리뷰 시스템, 분쟁 해결, 정책 집행이 핵심 자산이 된다. 플랫폼이 만든 규칙이 곧 시장의 규칙이 되기 때문이다. 규칙이 허술하면 네트워크 효과는 확장이 아니라 오염으로 변한다.
엣시가 운영하는 거버넌스를 보면 다음 세 가지 층위에서 신뢰 비용을 낮추는 설계가 작동한다.
첫째, 입점 단계에서 핸드메이드·빈티지·공예 재료라는 뚜렷한 기준을 세운다. 대량생산 상품이나 리셀러를 걸러내는 정책 집행팀이 있고, AI와 사람이 함께 상품을 검토한다.
핸드메이드 전문 플랫폼이라는 정체성을 지키는 게 생존 전략이 된다. 정체성이 흔들리면 엣시는 아마존과 경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입점 통제는 단순한 품질 관리가 아니라 차별화 전략에 가깝다.
둘째로 엣시가 투명하게 운영하는 검색과 노출 규칙을 보면 신뢰 설계의 핵심이 드러난다. 검색 순위는 광고비 많이 낸 순서가 아니라 구매 전환율·리뷰 품질·배송 이력 같은 신뢰 지표로 결정된다. 판매자는 돈보다 상품 품질로 경쟁하게 되고, 구매자는 검색 결과를 신뢰할 수 있다.
신뢰가 쌓이면 반복 구매가 늘고, 플랫폼은 광고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실제로 엣시 구매자의 약 80% 이상이 재구매 고객이라는 점은, 검색과 거래 품질이 유지되고 있다는 증거다. 광고가 아니라 신뢰가 매출을 만드는 구조다.
셋째, 분쟁 해결 시스템이 양방향으로 작동한다. 엣시는 구매자 보호(케이스 시스템)와 판매자 보호(정책 위반 신고)를 동시에 운영한다. 단순히 환불만 처리하는 게 아니라, 반복적인 악성 구매자나 사기 판매자를 데이터로 추적해 시장에서 걸러낸다.
분쟁 비용이 줄어들수록 판매자는 장사에 집중할 수 있다. 시스템 운영 비용은 늘지만, 생태계 전체의 신뢰 비용을 낮춘다. 결과적으로 거래가 늘어나고 플랫폼 수익도 증가하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엣시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별도 섹션으로 떼어내면 오히려 이해가 어려워진다. ESG는 캠페인이 아니라 운영이기 때문이다. 모조품·사기·스팸을 줄이는 정책 집행은 거버넌스(G)이면서 동시에 소상공인 생존(S)과 직결된다.
같은 검색 결과에서 품질 좋은 진짜 상품이 보이느냐, 낚시성 상품이 보이느냐에 따라 소상공인의 경쟁 환경이 완전히 바뀐다. 신뢰 거버넌스는 도덕적 선언이 아니라, 판매자의 마찰 비용을 낮추고 거래를 늘리는 경제적 설계다. 엣시는 바로 그 설계로 수익을 내고, 동시에 소상공인 생태계를 지속가능하게 만든다.
엣시는 국내 플랫폼 논쟁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배달 플랫폼 수수료 공방을 살펴보자. 배달앱이 수수료를 올리면 소상공인은 생존을 걱정하고, 플랫폼은 수익성 악화를 말하며, 정부는 중재안을 내놓는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질문 하나가 계속 빠진다.
수수료가 얼마냐가 아니라, 그 수수료를 내고도 판매자가 실제로 장사가 되는 구조인가 하는 질문이다. 수수료율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소상공인 생태계가 지속가능해지지 않는다. 판매자 입장에서 보면 수수료보다 더 치명적인 비용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바로 광고비다. 플랫폼 판매를 위해서는 검색 상위에 노출돼야 하기 때문에 광고를 사야 한다. 광고비는 매출이 나기 전에 먼저 지출된다. 판매 후에는 분쟁 처리 비용, 악성 리뷰 대응, 환불 손실이 발생한다.
여기에 모조품이나 저가 상품과 불공정 경쟁까지 더해지면 순이익은 거의 남지 않는다. 온라인 거래 플랫폼이 이런 마찰 비용을 방치하면, 수수료를 아무리 낮춰도 판매자는 결국 떠난다. 수수료율 자체보다 판매자가 감당해야 하는 총비용 구조가 더 중요한 이유다.
온라인 거래 비즈니스의 본질을 다시 보면 문제가 더 명확해진다. 중개형 플랫폼은 양면시장이고, 판매자와 구매자가 동시에 모여야 거래가 일어난다. 거래가 늘어야 네트워크 효과가 작동하지만, 시장이 커질수록 부정행위·분쟁·검색 왜곡도 함께 늘어난다.
네트워크 효과는 자동으로 굴러가는 톱니바퀴가 아니라, 관리하지 않으면 오염되는 생태계에 가깝다. 신뢰 비용이 쌓이면 거래는 둔해지고, 결국 시장은 멈춘다. 그래서 온라인 거래 플랫폼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모았는가보다 어떤 규칙으로 거래를 관리하는가에 달려 있다.
국내 온라인 거래 플랫폼을 둘러싼 논쟁은 대부분 수수료율에 머문다. 5%냐 10%냐를 놓고 싸우지만, 정작 그 수수료를 내고도 판매자가 순이익을 남길 수 있는 구조인가는 묻지 않는다. 판매자에게는 수수료보다 광고비가, 광고비보다 분쟁·환불·악성 리뷰 대응 비용이 더 치명적이다.
전통시장 온라인화, 지역 상권 플랫폼, 공공 배달앱을 운영하는 국내 소상공인 플랫폼도 같은 질문에 직면해 있다. 모두 소상공인을 돕겠다고 말하지만, 입점만 시켜주고 검색·리뷰·분쟁 시스템은 허술하면 결국 판매자는 민간 플랫폼으로 돌아간다. 선언만으로는 생태계가 작동하지 않는다.
엣시 사례가 국내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플랫폼의 ESG는 선언이 아니라 거버넌스 설계다. 신뢰 비용을 낮추는 규칙이 곧 소상공인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이고, 그 규칙을 집행하는 시스템이 곧 플랫폼의 경쟁력이 된다.
|심준규. 인하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 더솔루션컴퍼니비 대표. <녹색금융으로 읽는 ESG 이야기>, <그린북>, <실천으로 완성하는 ESG 전략> 저자. 기업의 ESG 역량 강화 프로그램 개발과 ESG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다.
더솔루션컴퍼니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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