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준규의 ESG 모델링_5] 세그먼트 마케팅上 오틀리가 그린슈머를 사로잡은 전략
- Jace Shim
- 9월 29일
- 3분 분량

[ESG 경영컨설턴트 심준규] 요즘 카페에서 “오트(귀리) 라떼 주세요”라고 주문하는 소비자가 부쩍 많아졌다.
스타벅스 등 주요 카페에서 취급하는 귀리 우유 중 대표적인 브랜드가 바로 '오틀리(Oatly)'다. 1994년 스웨덴에서 시작한 오틀리는 최근 몇 년간 국내 MZ세대(1980년 이후 출생)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 사이에서 ‘지구를 위한 선택’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일반 우유보다 비싸지만 기꺼이 지갑을 여는 이들이 늘어난 덕분이다.
오틀리는 단순한 식물성 우유를 넘어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식물성 우유 시장이 연평균 15% 이상 성장하는 가운데, 이 브랜드가 어떻게 친환경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21세기 소비자는 더 이상 가격과 품질만으로 제품을 선택하지 않는다. 환경에 대한 책임감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구매 결정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특히 밀레니얼과 Z세대의 주요 소비특징인 그린슈머는 자신의 가치관을 소비로 표현하는 ‘미닝아웃(Meaning Out)’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소비자의 73%가 환경보호를 위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스웨덴의 식물성 우유 브랜드 오틀리는 제품 혁신을 넘어선 '가치 중심 경영' 전략으로 글로벌 친환경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오틀리는 귀리로 만든 식물성 우유를 생산한다. 초기에는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1994년만 해도 당시 소비자는 귀리로 우유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조차 잘 몰랐고, 전체 우유 시장에서 식물성 우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했다.
전환점은 2012년 CEO로 취임한 토니 피터슨의 등장과 함께 찾아왔다. 그는 제품 차별화를 넘어 브랜드의 근본적인 포지셔닝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기존의 ‘건강한 우유 대체재’라는 콘셉트에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선택’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전환했다.
2021년 나스닥 상장 당시 기업가치는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스웨덴의 작은 지역 브랜드가 글로벌 식품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배경에는 세 가지 핵심 전략이 있다.
무엇보다 데이터에 기반한 구체적이고 투명한 환경 메시징 전략이 주효했다. 오틀리는 자체 연구를 통해 우유 한 잔 대신 귀리 음료 한 잔을 마실 때 발생하는 환경적 이익을 정확한 수치로 제시했다. 제품 포장지에는 ‘귀리음료 생산 시 일반 우유 대비 탄소배출량 80% 절감, 토지 사용량 79% 절감, 에너지 사용량 60% 절감’이라는 구체적인 정보가 명시돼 있다.
기존 식품업계의 막연한 친환경 메시지와는 차별화된 접근법이다. 소비자는 명확한 데이터를 통해 자신의 선택이 환경에 미치는 실제적 영향을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제품 패키지에 탄소발자국 계산기를 도입해 소비자가 절약되는 탄소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기존 업계에 도전하는 공격적 포지셔닝과 독창적인 스토리텔링도 오틀리 성공의 핵심 요소였다. 브랜드는 기존 유제품 산업에 대해 직접적이고 도발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우유는 송아지를 위한 것, 우리 제품은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슬로건으로 기존 상식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공격적 마케팅은 스웨덴 유제품 업계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법정 다툼으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오틀리 CEO는 이를 오히려 기회로 활용했다. 거대한 기존 업계에 맞서는 혁신적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며, ’다윗과 골리앗‘ 스토리로 소비자의 주목을 받았다.
전통적인 대량 유통과는 완전히 다른 커뮤니티 중심의 유통 전략도 차별화 포인트였다. 미국 진출 전략에서 오틀리는 스페셜티 카페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 기반 접근법을 택했다. 바리스타에게 제품을 직접 체험하게 하고, 이들이 고객에게 추천하도록 유도했다.
블루보틀, 인텔리젠시아 같은 프리미엄 카페에서 먼저 인정받은 후 스타벅스로 확장하는 단계적 전략도 주효했다. 소비자는 ’좋은 카페에서 사용하는 브랜드‘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고, 이는 브랜드 신뢰도로 이어졌다.
국내에서도 오틀리의 인기는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처음에는 일부 스페셜티 카페에서 시작되어 점차 대형 카페 체인으로 확산됐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환경을 생각하는 선택‘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프리미엄 가격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오틀리 성공 사례는 국내 기업에게 통찰을 제공한다.
친환경 마케팅에서 정확한 데이터와 투명성이야말로 소비자 신뢰 확보의 핵심임을 보여준다. 막연한 친환경 이미지보다는 구체적이고 측정가능한 환경적 이익을 제시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국내 기업도 제품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소비자와 투명하게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한국 소비자는 구체적인 수치와 데이터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므로 이런 접근법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브랜드 스토리텔링에서 진정성과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도 장기적 성공의 전제 조건임을 확인할 수 있다. 오틀리는 법정 분쟁이라는 위기 상황에서도 자신의 가치와 메시지를 흔들림 없이 유지했다. 국내 기업도 단기적 성과에 급급하지 말고 장기적 관점에서 일관된 메시지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환경 이슈는 특히 장기적 관점이 필요한 영역이므로 단발성 캠페인보다는 지속적인 브랜드 스토리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
타깃 소비자층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도 중요한 시사점이다. 오틀리는 단순히 건강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아닌, 환경적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자층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들의 니즈에 맞는 제품과 메시지를 개발했다. 한국 MZ세대는 환경 이슈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동시에 실용성과 편의성도 중시한다는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환경적 가치와 실용적 가치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한국 시장 성공의 열쇠다.
대량 광고보다는 해당 분야 전문가와 얼리어답터를 통한 진정성 있는 추천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도 놓칠 수 없는 교훈이다. 국내 기업도 자사 제품과 가치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문화와 인플루언서 마케팅 환경을 고려할 때, 진정성 있는 커뮤니티 기반 접근법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시사점은 단순히 식품업계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화장품, 패션, 전자제품 등 모든 소비재 분야에서 친환경 소비자 세그먼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친환경 소비자 세그먼트를 겨냥한 차별화된 ESG 경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심준규. 인하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 더솔루션컴퍼니비 대표. <그린북>, <실천으로 완성하는 ESG 전략> 저자. 기업의 ESG 역량 강화 프로그램 개발과 ESG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다.
더솔루션컴퍼니비 심준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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