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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준규의 ESG 모델링_4] 바디샵下 가치제안의 비즈니스모델 구현과 한계

  • 작성자 사진: Jace Shim
    Jace Shim
  • 9월 22일
  • 3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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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컨설턴트 심준규] 윤리적 가치제안은 단순한 마케팅 메시지를 넘어선다. 비즈니스모델의 핵심 요인을 관통하는 일관된 철학으로 작동하면서, 전체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바디샵의 고객 가치제안에서 시작된 변화가 다른 요인들과 연결돼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다섯 가지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첫째, 채널 전략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를 보자.



바디샵 매장을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전파하는 플랫폼으로 바꿨다. 매장 안 곳곳에는 제품 광고 대신 동물보호, 환경보존, 인권 신장 캠페인 포스터가 걸려 있다. 고객이 쇼핑하러 와서 자연스럽게 사회 문제를 생각하게 만들어 브랜드 인식이 제품 구매를 넘어 가치 공유의 차원으로 확장됐다. 각 매장에서는 정기적으로 모금 행사를 열어 시민 참여를 유도하고, 직원들에게는 전 세계 어디서든 자원봉사를 의무화했다.



둘째, 경영 활동에서는 제품 개발부터 원료 조달, 생산, 유통까지 모든 과정에서 윤리적 기준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바디샵 창업자 아니타 로딕이 직접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를 방문해 현지 농민과 만나고 전통 지식을 배우면서 발견한 원료가 제품의 핵심 성분이 됐다. 1985년부터 그린피스와 연합해 지속적인 그린 캠페인을 실시했고, 2010년에는 첫 번째 ECOCERT(유럽의 대표적인 유기농·천연화장품 인증기관) 인증 유기농 스킨케어 라인인 Nutriganics를 출시했다.



셋째, 고객 관계에서도 혁신적인 접근을 보였다. 고객을 단순한 구매자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는 능동적 파트너로 바라봤다.



바디샵은 1993년 400만 명의 서명을 받아 유럽연합에 전달한 동물실험 반대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캠페인이 꾸준히 이어져 2013년 유럽연합 내 영구적인 동물실험 반대 금지 법안을 이끌어 내는 성과를 거뒀다. 고객은 단순히 제품을 구매한 게 아니라 실제로 세상을 바꾸는 일에 참여했다는 성취감을 얻었다.



넷째, 파트너십 측면에서도 글로벌 사회적 경제 생태계를 구축했다.



공정무역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 소외된 지역 농민들과 직접적인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중간 유통업체의 과도한 마진을 없애고 원료 공급자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동시에 차별화된 고품질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경쟁우위를 제공했다. 현지 농민들로부터는 전통적인 원료와 가공법을 배우고, 그들에게는 지속가능한 농업 기술과 품질 관리 방법을 전수하는 쌍방향 교류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다섯째, 윤리적 가치제안은 비용구조와 수익모델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일반적으로 ESG 활동을 비용 증가 요인으로 보지만, 윤리적 가치를 오히려 경쟁우위의 원천으로 만들었다. 공정무역을 통한 직접 거래로 중간 유통업체 마진을 없애 원가를 절감하면서, 차별화된 원료 확보를 통해 제품 품질 경쟁력을 높였다.



기존 화장품 업계가 화려한 광고와 유명 모델 기용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는 반면, 사회적 캠페인과 고객 참여 활동으로 자연스러운 브랜드 홍보 효과를 얻어 광고 비용을 크게 절약했다.



이런 바디샵의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놀라운 경영 성과로 이어졌다. 1976년 작은 화장품 가게로 시작해 30년 만에 전 세계 55개국 2070여 개 매장에서 24개국어로 운영되며, 8400만 고객을 보유한 국제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주식 시장에서도 1984년 런던 비상장 증권시장에서 95p(펜스)로 시작해 50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며 ‘중력을 거스르는 주식’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성과의 핵심은 윤리적 가치제안이 고객충성도와 직원 몰입도를 동시에 높였다는 점이다.



하지만 여정이 항상 순탄하지는 않았다. 2006년 로레알 그룹에 6억5230만 파운드에 인수됐다. 바디샵은 40여 년간 윤리 경영의 아이콘으로 불린 회사지만 로레알은 동물실험을 계속 진행하는 만큼 핵심 가치와 상충한다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최근에는 영국에서 법정관리에 들어갈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이 성숙해지고 많은 기업이 ESG 경영을 도입하면서 차별화 요소가 상대적으로 약해진 상황이다. 온라인 중심의 소비 패턴 변화와 신규 브랜드 등장으로 기존 오프라인 중심 비즈니스 모델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바디샵의 성공 사례와 아쉬운 부분을 되돌아보면, 우리나라 기업이 참고할 만한 몇 가지 교훈이 보인다.



첫째, 제품의 기능만 강조하지 말고 고객 가치관에 맞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단순히 ‘좋은 화장품을 판다’가 아니라 ‘동물실험을 반대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소비’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처럼, 고객이 제품을 사면서 자신의 신념도 함께 실현할 수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둘째, 비즈니스모델 전반의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ESG가 단순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나 마케팅 도구가 아니라, 가치제안부터 핵심 활동, 파트너십까지 비즈니스모델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된 철학이어야 한다.



셋째, 공급망 투명성과 공정무역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소비자가 제품 생산과정과 원료 조달 과정까지 관심을 갖는 시대에, 투명하고 윤리적인 공급망은 차별화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넷째, 지속적인 혁신과 진화가 중요하다. 초기의 혁신적 가치제안에만 안주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위험을 보여준다. ESG 가치제안도 시대 변화와 고객 니즈 변화에 맞춰 지속적으로 진화해야 하며, 특히 디지털 전환과 온라인 채널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존 전략을 디지털 환경에 맞춰 진화시킬 고민이 필요하다.



ESG 시대의 가치제안 혁신은 단순히 착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고객에게 제품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고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만드는 전략적 선택이다. 바디샵의 사례처럼 윤리적 가치와 비즈니스 성과는 대립하는 게 아니라 서로를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제 질문은 ‘윤리경영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윤리적 가치를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로 만들 것인가’가 돼야 한다.



|심준규. 인하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 더솔루션컴퍼니비 대표. <그린북>, <실천으로 완성하는 ESG 전략> 저자. 기업의 ESG 역량 강화 프로그램 개발과 ESG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다.


더솔루션컴퍼니비 심준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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