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준규의 ESG 모델링 6] 세그먼트 마케팅 下 비욘드미트 친환경 전략 전환이 주는 교훈
- Jace Shim
- 10월 13일
- 3분 분량

[ESG 경영컨설턴트 심준규] 친환경 소비자 세그먼트를 공략하는 기업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살펴보면, 그저 ‘착한 기업’ 이미지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어렵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특히 미국의 식물성 대체육 선두기업 비욘드 미트(Beyond Meat)의 최근 행보는 ESG 경영을 추구하는 기업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비욘드 미트는 2009년 설립된 식물성 대체육 전문기업으로, 완두콩 단백질을 주원료로 실제 고기와 유사한 맛과 식감의 제품을 개발한다. 2019년 나스닥 상장 당시 ‘미래 식품 혁신의 상징’으로 주목받으며 한때 기업가치가 140억 달러(20조원)를 넘어섰다. 빌 게이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같은 유명 투자자는 물론, 미국 최대 육류 가공업체 타이슨 푸드까지 지분 투자에 나설 만큼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환경적 성과만 놓고 보면 비욘드 미트의 성취는 놀랍다. 2023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에 따르면, 비욘드 스테이크는 조리된 소고기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84% 줄이고, 물 사용량을 93% 절감하며, 토지 사용을 88% 줄였다. 제3자 검증을 거친 생애주기평가 결과다. 그야말로 환경친화적 제품의 모범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나타난다. 뛰어난 환경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 2024년 2분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8.8% 감소하고, 주가는 1년 새 거의 50% 하락했다. 한때 140억 달러에 달하던 기업가치는 현재 2억 달러(2842억원) 수준으로 급락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경영학 관점에서 보면 답은 명확하다. 소비자 세그먼테이션 전략의 한계다. 비욘드 미트는 친환경이라는 단일한 가치로 모든 소비자를 아우르려 했기 때문이다. 실제 친환경 소비자 안에도 다양한 층위가 존재한다는 점을 간과했다.
고물가 시대에 드러난 가장 큰 문제는 가격 대비 효용의 불균형이다. 소비자 가격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값비싼 대체육 대신 저렴한 일반 고기를 찾는 수요가 늘어났다. 친환경 가치에 공감하더라도 경제적 부담이 클 때는 실제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현실이 드러난 셈이다. 환경 보호라는 명분이 아무리 훌륭해도 가계부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마케팅 과정에서 생긴 제품 품질과 소비자 기대치의 미스매치도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했다. 초기 ‘고기와 똑같다’는 마케팅으로 큰 관심을 끌었지만, 실제 재구매율은 높지 않았다. 친환경 소비자라 하더라도 맛과 품질에서는 타협하지 않는다는 점을 놓쳤다. 환경 의식이 있어도 입맛까지 바꿀 수는 없다.
애매한 타깃 설정도 비욘드 미트가 넘어야 할 또 다른 장벽이다. 완전한 비건 채식주의자는 시장 규모가 작고, 일반 육식 소비자에게는 아직 대체재로서 매력이 부족했다. 환경에 관심은 있지만 완전한 채식은 원하지 않는 플렉시테리언 세그먼트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게 결정적 패착 요인이다.
다행히 비욘드 미트는 시행착오를 통해 배운 교훈을 바탕으로 전략 전환에 나서고 있다. 과거 기후변화와 환경보호 중심 메시지에서 건강상 이점을 강조하는 마케팅으로 변화했다. 미국암학회, 대학 운동선수 등과 파트너십을 맺어 ‘건강한 단백질 공급원’이라는 새로운 포지셔닝을 구축 중이다.
제품 혁신 측면에서도 적극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버섯 균류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든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며 품질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환경적 가치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건강과 맛이라는 실용적 가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비욘드 미트의 경험은 국내 ESG 기업에게 몇 가지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첫째, 무엇보다 아무리 훌륭한 환경적 가치를 제공하더라도 가격, 맛, 편의성 등 실용적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 국내 친환경 제품도 프리미엄 가격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환경적 가치에 대한 소비자 교육과 함께 원가 절감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 착한 소비에 대한 의지만큼이나 현실적인 경제성이 중요하다는 교훈이다.
둘째, 친환경 소비자라고 해서 모두 같은 니즈를 갖지는 않는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완전한 비건부터 간헐적 친환경 소비자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므로 각 세그먼트별로 차별화된 제품과 메시지를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완전 비건 소비자에게는 윤리적 가치를 △건강 관심층에게는 영양학적 이점을 △환경 관심층에게는 탄소 절감 효과를 각각 강조하는 세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 하나의 메시지로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려는 시도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셋째, 초기 혁신만으로는 시장에서 생존할 수 없다는 점도 명심해야 할 교훈이다. 소비자 기대치는 계속 높아지고, 경쟁사의 추격도 치열해진다. 지속적인 R&D(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제품 품질을 개선하고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해야 한다. 혁신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프로세스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넷째, 친환경 소비자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분명하지만 단기간에 급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현실적 관점도 중요하다.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을 육성하고 소비자를 교육하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은 서구에 비해 친환경 소비문화가 아직 초기 단계다. 무리한 시장 확장보다는 핵심 고객층을 중심으로 한 견고한 기반 구축이 우선되어야 한다. 성공 사례를 만들어 입소문을 통한 자연스러운 확산을 도모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비욘드 미트의 사례는 친환경 소비자 세그먼트가 결코 쉬운 시장이 아님을 보여준다. 환경적 가치 하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반드시 실용적 가치와 조화, 지속적인 혁신, 현실적인 시장 접근이 모두 필요하다.
하지만 친환경 소비자 세그먼트는 장기적으로 분명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이다. 국내 ESG 기업은 비욘드 미트의 성공과 시행착오를 모두 교훈 삼아 더 현명한 전략을 수립해야겠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균형점 찾기가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다.
|심준규. 인하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 더솔루션컴퍼니비 대표. <그린북>, <실천으로 완성하는 ESG 전략> 저자. 기업의 ESG 역량 강화 프로그램 개발과 ESG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다.
더솔루션컴퍼니비 심준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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