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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준규의 ESG 모델링 11] 구독이 바꾸는 세상上 Zipcar 자동차 공유가 그리는 미래

  • 작성자 사진: Jace Shim
    Jace Shim
  • 11월 17일
  • 3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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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컨설턴트 심준규] 스마트폰을 켜면 매월 자동으로 결제되는 서비스가 줄지어 있다.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를 보고 유튜브 프리미엄으로 광고 없이 영상을 시청한다. 쿠팡 와우로 무료 배송을 받고 배달의민족 멤버십으로 배달비를 아낀다.



이른바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는 이미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있다. 소유하지 않지만 필요한 순간 언제든 접근할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넷플릭스가 콘텐츠 산업의 판도를 바꾼 이후 구독경제는 소프트웨어와 게임을 거쳐 식품과 생활용품까지 확장됐다. 이제는 가장 비싼 소비재인 자동차도 구독 대상이 되고 있다.



자동차 소유 방식을 들여다보면 분명한 비효율이 존재한다. 평균 자동차 가동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3000만 원이 넘는 자산이 90% 이상 시간을 놀고 있는데다 보험료와 세금, 주차비, 유류비, 정비비를 합치면 한 달에 수십만 원이 추가로 들어간다.



2000년 미국 보스턴에서 시작된 집카(Zipcar)는 바로 비효율성에 주목하며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사람들은 정말 차 자체를 원하는가 아니면 이동 수단을 원하는가? 대부분 사람들에게 차는 목적이 아니라 주말에 나들이를 가거나 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친구를 만나러 갈 때 필요한 수단일 뿐이다.



집카가 제시한 답은 공유였다. 차 한 대를 여러 사람이 시간대별로 나눠 쓴다면 개인은 소유 부담 없이 이동할 수 있으며 도시 전체로는 훨씬 적은 차량으로 같은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 1대의 공유 차량이 최대 13대의 개인 소유 차량을 대체했고, 평균 80명의 회원이 차량 한 대를 돌려가며 사용했다.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했다. 도심 곳곳에 차량을 배치하고 회원이 앱으로 가까운 차량을 예약해 필요한 시간만큼만 이용한다. 주유비와 보험료, 주차비가 모두 포함된 요금 체계는 차량 소유의 모든 번거로움을 제거했다.



회원 중 54%가 가입 후 개인 차량을 처분했고 현재 65% 회원이 차량을 소유하지 않고 생활하고 있다. 10대 주요 시장에서만 14만 대 이상의 개인 차량이 도로에서 사라졌으며 연간 64만 톤 이상의 CO2 배출이 감소했다.



집카 사례에서 배워야 할 첫 번째 교훈은 소비자 니즈의 재정의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차가 아니라 이동이고, 소유가 아니라 자유다. 제품 판매에서 가치 제공으로의 전환을 통해 오히려 더 많은 고객을 확보했다.



두 번째 교훈은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사용자 행동을 변화시킨다는 점이다. 시간당 요금제는 단순히 과금 방식이 아니라 계획적 이동을 유도하는 장치였다. 회원 운전 거리가 평균 40% 감소했고, 회원 76%가 한 번 차를 이용할 때 여러 목적지를 함께 방문하며 계획적으로 이동했다.



세 번째 교훈은 자산 효율화를 통한 환경 가치 창출이다. 차량 생산이 줄어들면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도 감소한다. 자동차 한 대 생산 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약 17톤에 달하므로, 공유 차량 한 대가 13대를 대체한다면 차량 12대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



한국 시장에서도 이 모델은 빠르게 안착했다. 2011년 쏘카가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자동차를 신분 상징으로 여기는 한국 문화에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젊은 세대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20대와 30대에게 카셰어링은 명확한 경제적 합리성을 제공했다. 차를 구매하려면 최소 2000만 원 이상 목돈이 필요하고 대출을 받으면 월 50만 원 이상 할부금을 내야 한다. 보험료와 주차비, 유류비와 정비비까지 더하면 월 80만 원 이상이 고정 지출로 나가지만, 쏘카는 한 시간에 8000원에서 1만5000원 수준이어서 주말에 하루 여섯 시간씩 두 번 사용해도 월 20만 원 이하로 충분하다.



차량 소유 대신 카셰어링을 선택하면 3년간 약 2000만 원을 아낄 수 있는데, 청년에게 이 금액은 전세 보증금 종잣돈이 되거나 결혼 자금 또는 창업 초기 자본이 될 수 있다. 주거 안정을 위한 전세 자금 마련이 절실한 시기에 차량 구매로 자금을 묶어두는 대신, 필요할 때만 카셰어링을 이용하며 종잣돈을 모으는 편이 훨씬 합리적이다.



쏘카는 현재 차량 2만 대와 1000만 명 이상 회원을 보유하며 하루 15만 명이 이용하는 서비스로 성장했다.



이 밖에도 그린카는 전기차 2500대를 운영하며 친환경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하고, 2015년 시작된 따릉이는 누적 이용 2억 건을 돌파했다.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도 여러 업체가 시장에 진입하며 빠르게 확산됐다.



물론 성장통도 있었다. 전동킥보드는 무분별한 주차로 보도를 막았고 안전모 미착용으로 사고가 빈번했다. 파리는 2023년 4월 주민투표로 공유 전동킥보드를 전면 금지했지만, 서울은 GPS 기반 반납 제한 구역 설정과 견인 제도, 반복 위반자 페널티 부과 등 제도와 기술을 통한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 주목해야 할 지점이 바로 여기다. 집카와 쏘카의 성공은 단순히 차량 대여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이 아니라 소비자의 근본적인 니즈를 재정의했기 때문이다. 제품을 파는 대신 가치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이 핵심이며, 인사이트는 다른 산업에도 적용 가능하다.



가전제품이나 가구, 전자기기 등 고가의 내구재를 소유 대신 구독으로 제공한다면 어떨까? 초기 비용 부담을 줄이고 유지보수를 포함하며 최신 제품으로 교체할 수 있는 옵션을 준다면, 소비자에게는 합리적 선택이 되고 기업에게는 안정적 수익과 장기 고객 관계가 생긴다.



공유 모빌리티가 더 발전하려면 대중교통과의연계를 강화해 하나의 길찾기 앱에서 모든 이동 수단을 검색하고 예약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공유 모빌리티가 불편하지만 착한 소비가 아니라 편리하고 합리적인 선택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카셰어링 회원 5명 중 1명이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해 서비스를 선택했다는 조사 결과는 개인의 경제적 이익과 사회의 환경적 책임이 일치하는 지점을 보여준다. 도시 공간은 한정돼 있고 지구 자원도 무한하지 않다. 기업들은 무을 팔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



|심준규. 인하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 더솔루션컴퍼니비 대표. <그린북>, <실천으로 완성하는 ESG 전략> 저자. 기업의 ESG 역량 강화 프로그램 개발과 ESG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다.

더솔루션컴퍼니비 심준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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