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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준규의 ESG 모델링42] 멈춰 있는 자원의 재발견下 비어 있는 주차 공간을 수익으로 바꾸는 구조

  • 3일 전
  • 3분 분량

[ESG 경영컨설턴트 심준규] 주말에 명동이나 을지로 부근에 볼 일이 생기면 를 가져갈지 지하철을 탈지 잠깐 고민이 된다. 차를 가져가기로 결정하는 순간 또 다른 고민이 따라오는데, 명동 일대 민간 주차장은 시간당 6000원은 기본으로 8000원을 넘기도 하고 두세 시간 주차하면 주차비만 2만원은 훌쩍 넘게 된다. 그마저도 빈자리가 있다는 보장이 없어 골목을 몇 바퀴 돌다 결국 비싼 곳에 밀어 넣는 상황이 반복된다.



여의도라면 한강 고수부지 공영주차장이라는 선택지가 있다. 요금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수용 규모도 크다. 종로나 명동은 그런 대형 공영주차장 자체를 떠올리기 어렵고, 소규모 민간 주차장은 들어가 봐야 비로소 빈자리 여부를 알 수 있으며 요금도 표시되지 않은 곳이 많다. 결국 차를 집에 두고 대중교통으로 움직이는 쪽이 합리적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그런데 그 평일 낮이면 빼곡하게 들어찬 명동과 종로, 강남 일대 오피스 빌딩 지하 주차장이 주말 내내 텅 비어 있다. 같은 물리적 공간이 요일에 따라 만차와 공차를 반복한다. 수요는 있는데 공급이 없는 것이 아니라, 공급은 있는데 연결이 안 되는 상황이다.



차량과 달리 주차 공간은 이동할 수 없고 위치가 고정돼 있으며, 수요가 시간대와 요일에 따라 극단적으로 달라지는 자산이다. 평일 낮 시간대에는 출근한 직장인 차량으로 가득 찬 오피스 빌딩 주차장이 주말이면 관리인도 없이 비어 있는 풍경이 반복된다. 이 시간적 비대칭을 데이터로 포착해 필요한 사람에게 연결하면, 새로운 공간을 만들지 않고도 도심 주차난을 완화할 수 있다.



‘모두의 주차장’은 이 문제를 국내에서 먼저 사업으로 풀어낸 곳이다. 민간 주차장과 오피스 빌딩의 유휴 시간대를 앱으로 등록받아 사전 예약 방식으로 운전자와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지자체와 협력해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의 비어 있는 시간대를 일반에 개방하는 방식도 함께 운영하면서, 현재 전국 8만여 개 주차장 정보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서비스 개시 후 거래액이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는데, 단순히 앱 하나가 성장한 것이 아니라 비어 있는 공간을 거래 가능한 자산으로 인식하는 시장 자체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더해 최근엔 더 범위를 넓혀 주차장 소유주에게 유휴 시간대 수익화 방안을 컨설팅하는 형태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공간을 연결하는 중개에서 나아가 주차 자산을 어떻게 운영하면 수익을 올릴 수 있는지 설계하는 역할까지 맡는 구조다. 서비스를 도입한 주차장 한 곳당 월 평균 추가 수익 44만 원이 발생했다는 집계가 나왔다.



특히 강남구는 주차 면 한 칸당 월 20만 원 이상 추가 수익을 올린 사례도 있어, 유휴 공간이 많은 빌딩 소유주라면 규모에 따라 상당한 수익 채널이 될 수 있다.



미국 스폿히어로(SpotHero)는 이 같은 발상을 국내보다 2년 앞서 상용화한 회사다. 2011년 시카고에서 시작해 현재 미국 300여 개 도시, 8000곳 이상 파트너 주차장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도심 오피스 빌딩과 공항 인근 민간 주차장의 유휴 시간대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사전 예약 방식으로 운전자와 연결하는 구조는 모두의 주차장과 동일하다.



최근 우버(Uber)가 스폿히어로를 인수하면서 사업 성격이 달라졌는데, 차량 호출뿐 아니라 주차 예약이 하나의 앱 안에서 연결되면서 이동의 시작부터 목적지 주차까지를 하나의 서비스로 묶는 방향으로 모빌리티 생태계가 재편되고 있다.



우버의 인수는 주차 공간 데이터가 단독 서비스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님을 시장이 인정한 신호이기도 하다. 목적지까지 이동 경로를 설계하는 플랫폼이 주차 공간 데이터까지 통합하면, 운전자는 출발 전에 이동과 주차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고 플랫폼은 이동 경험 전체를 장악할 수 있다.



주차를 교통의 부속 기능으로 보던 시각에서, 이동 경험 전체를 설계하는 구성 요소로 보는 시각으로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주차 공간을 찾아 도심을 배회하는 차량이 만들어내는 교통 혼잡과 탄소 배출은 생각보다 상당한 수준이다. 미국 연구에 따르면 도심 교통량의 30% 이상이 주차 공간 탐색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분석이 있다. 목적지 인근에 사전 예약된 공간이 확보돼 있으면 배회 자체가 줄어들고, 토지와 건설 자원을 추가로 투입하지 않고도 기존 공간의 가동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환경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주차 공간 공유가 상편에서 다룬 차량 공유보다 빠르게 시장을 형성한 데는 구조적 배경이 있다. 공간을 빌려주는 행위는 부동산 임대에 가까운 개념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운수사업 규제와 충돌하지 않고, 제도적 마찰 없이 시장이 형성될 수 있었다. 타다 사태와 우버 철수로 이어진 차량 공유의 규제 장벽이 주차 공간 공유에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셈이다.



상편의 투로와 이번 편의 스폿히어로, 모두의 주차장 3 기업은 결국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쓰지 않는 시간의 차량을 빌려주고, 비어 있는 시간의 주차 공간을 개방하는 것 모두 추가 자원 없이 기존 자산의 활용 시간을 늘리는 방식이다.



주차장 소유주가 유휴 시간을 개방하는 건 환경 보호 의식 때문이 아니라 추가 수익이 생기기 때문이고, 운전자가 사전 예약 주차를 선택하는 건 배회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싶어서다. 참여자 각자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환경과 사회적 효율이 함께 높아지는 구조가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의 본질에 가깝다.



주차 공간 공유는 이미 제도 안에서 매년 성장하며 작동하고 있는 반면, 같은 방식을 차량에 적용한 공유 모델은 여전히 규제의 벽 앞에 서 있다. 안전 기준과 보험 체계를 갖춘 플랫폼 구조라면 차량의 유휴 시간도 주차 공간의 유휴 시간처럼 제도 안에서 다룰 수 있고, 멈춰 있는 자원을 연결하는 방식이 한 영역에서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면 같은 논리가 다음 영역으로 이어지는 데 그리 먼 길은 아니다.



|심준규. 인하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 더솔루션컴퍼니비 대표. <녹색금융으로 읽는 ESG 이야기>, <그린북>, <실천으로 완성하는 ESG 전략> 저자. 기업의 ESG 역량 강화 프로그램 개발과 ESG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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