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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준규의 ESG 모델링 8] 지속가능한 채널 전략下 세븐일레븐의 에너지 효율 매장 혁신

  • 작성자 사진: Jace Shim
    Jace Shim
  • 10월 27일
  •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11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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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컨설턴트 심준규] 늦은 밤 퇴근길에 들른 편의점은 대낮처럼 밝다. 24시간 켜진 간판과 조명, 쉬지 않고 돌아가는 냉장고와 냉동고, 여름에도 겨울에도 쾌적한 실내 온도가 편의점의 기본 조건이다.



그런데 이 편리함 뒤에는 엄청난 에너지 소비가 숨어 있다. 냉장·냉동 설비를 다량 운영하는 소매점은 전 세계 전력 사용량의 2%를 차지하며, 이는 데이터센터보다 높은 수치다.



세븐일레븐 일본은 전국 2만여 개 점포를 운영하는 일본 최대 편의점 체인이다. 세븐일레븐은 일본을 포함해 전 세계 8만5000여 개 매장에서 하루 고객 6000만명을 맞이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이 거대한 규모에서 에너지 효율을 1%만 개선해도 비용 수백억원이 절감된다.



앞서 살펴본 델이 포장과 배송의 물리적 흐름을 최적화했다면, 세븐일레븐은 매장이라는 고정 공간의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사례다.



편의점 에너지 소비 대부분은 조명, 냉난방, 냉장 설비에서 발생한다. 조명을 LED로 전환하면 기존 형광등 대비 전력 소비가 60% 줄어든다. 미국 세븐일레븐은 LED 교체만으로 한 해 전기료 약 4500만달러(585억원)를 절감했다. 단순한 전구 교체가 매출의 몇 퍼센트에 해당하는 비용을 줄였고, 에너지 효율 개선이 즉각적인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짐을 입증했다.



조명 교체로 가시적 성과를 거둔 세븐일레븐이 다음으로 주목한 것은 냉난방이었다. 매장 운영비에서 냉난방이 차지하는 비중이 조명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대학 연구진과 협력해 인공지능 기반 공조 시스템을 개발했고, AI가 날씨 예보, 시간대별 고객 수, 재고량을 분석해 매장 온도를 자동 조절한다. 손님이 많은 낮 시간에는 냉방을 강화하고 한산한 새벽에는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식으로, 사람이 일일이 조절하는 것보다 훨씬 정밀하고 낭비가 적었다.



물류센터로 눈을 돌리면 에너지 낭비는 더 심각했다. 에너지 감시 장치를 설치해 각 설비의 전력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설정 범위를 초과하면 자동으로 출력을 조정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보이지 않던 전력 소비가 가시화되면서 낭비 지점을 찾아 개선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기술을 검증하기 위해 실험 매장이 운영됐다. 조명·냉난방·냉장 설비의 정밀 제어로 연간 탄소 배출을 12.6% 줄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 검증된 기술은 신규 매장 표준으로 채택됐다. 실험 매장은 단순한 시범 사업이 아니라 전국 확산의 테스트베드였고, 기술 검증에 성공하자 더 큰 도전이 시작됐다.



그 결과 에너지 자급 매장이 탄생했다. 수소 연료전지 발전기와 태양광 패널, 축전지를 함께 설치해 낮에 생산한 전기를 밤에 사용하는 구조다. 한 매장은 전력의 46%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했다. 외부 전력 의존도를 절반 가까이 줄인 셈이다. 초기 설비 투자 비용은 상당했지만 장기적으로 전기료 변동 리스크를 줄이고 탄소 규제 강화에 선제 대응하는 효과를 냈다.



에너지를 자급하는 매장은 기후 위기가 심화될수록 경쟁 우위가 된다는 판단이었다. 전력 가격이 오르고 재생에너지 의무 사용 비율이 높아질수록, 자체 발전 능력을 갖춘 매장의 운영비는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매장 에너지 효율화는 물류로 확대됐고, 배송 트럭의 친환경 전환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됐다.



하이브리드와 전기, 수소 연료전지 트럭으로 대부분 교체했고, 회전 저항이 적은 타이어를 장착해 연비를 개선했다. 배송 차량의 연료비는 편의점 운영비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므로, 연비 개선은 곧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소형 수소 트럭이 물류센터와 매장을 오가며 배기가스 없는 배송을 실현했다.



에너지 효율을 더욱 극대화하기 위한 다음 단계는 공간 운영의 최적화였다.



24시간 매장이라도 모든 시간대에 동일한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는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심야 시간대 고객이 거의 없는 시간에도 전체 매장에 조명과 냉난방을 가동하는 것은 낭비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화와 무인 운영이 도입됐다.



일부 매장에 투입된 재고 보충 로봇은 에너지 효율 관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로봇이 새벽 시간대에 냉장고에서 음료수와 맥주 캔을 꺼내 진열대를 채우고 청소를 담당하면, 직원이 상주할 필요가 없어진다. 사람이 없는 공간은 최소한의 조명만 유지하고 냉난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실제로 무인 운영 시간대의 에너지 소비는 유인 운영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



로봇이 재고와 청소를 담당한다면 고객 응대는 어떻게 처리할까? 야간 시간대에는 원격 화상 응대 시스템으로 해결한다. 다른 매장 직원이 화면으로 질문에 답하고 결제를 도와주는 방식이다. 한 명의 직원이 여러 매장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어 인력 효율이 높아지고, 각 매장은 필요한 최소 공간에만 조명과 냉난방을 가동하면 된다. 이는 일본의 심각한 인구 감소와 심야 근무자 확보 어려움이라는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략이었다.



완전 무인 소형 매장은 이러한 접근을 극단까지 밀어붙인 모델이다. 고층 아파트 내부나 공장 안 같은 제한된 공간에 설치되며, 고객은 스마트폰 앱으로 출입하고 결제한다. 직원이 상주하지 않으니 고객이 있을 때만 센서가 감지해 해당 구역의 조명을 켜고, 고객이 떠나면 자동으로 소등된다. 냉난방도 최소 온도만 유지하다가 출입 시에만 쾌적한 수준으로 조정된다. 기존 유인 매장 대비 에너지 소비가 40% 이상 낮으며, 매장이 들어가기 어려운 장소에 편의성을 제공하면서도 에너지와 인력을 절약한다.



매장을 벗어나 편의점 제품의 배송 영역에서도 에너지 효율화가 진행됐다. 배송 로봇 실험이 대표적이다. 배송 로봇이 인도를 따라 주문 상품을 고객 집까지 운반하는 방식은 차량 배송 대비 에너지 효율이 월등히 높다. 소형 전기 모터로 작동하는 배송 로봇은 한 번 충전으로 수십 건의 배송을 처리하며, 배송 차량이 소비하는 연료의 10분의 1 수준으로 운영된다.



이러한 분야별 에너지 전략은 구체적 성과로 입증됐다. 일본 본사는 2013년 대비 2023년까지 탄소 배출을 42.7% 줄였다. 에너지 효율 개선이 곧 비용 절감이자 환경 개선임을 보여주는 수치다.



현재 성과를 바탕으로 세븐일레븐은 IT기업과 협력해 2029년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매장에 배치할 계획이다.



이 로봇은 인공지능으로 주변을 인식하고 판단해 진열, 청소, 간단한 고객 응대까지 처리한다. 에너지 효율 관점에서 중요한 점은 로봇이 매장 운영 데이터를 학습해 불필요한 동선을 제거하고, 작업이 없는 시간에는 대기모드로 전환돼 전력 소비를 최소화한다. 2만여 개 매장에서 축적되는 방대한 운영 데이터가 로봇의 에너지 효율 학습에 활용된다.



세븐일레븐의 사례는 국내 편의점 체인에 구체적인 실행 경로를 제시한다. 수만 개 매장을 보유한 주요 브랜드가 표준 에너지 절감 설비를 일괄 도입하면 규모의 경제가 작동한다. 매장별 에너지 소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비교하면 낭비 지점을 찾을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개선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다. 특히 냉장·냉동 설비와 냉난방이 에너지 소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므로 이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



구체적 실행 방안은 세 방향으로 요약된다. 첫째, 인공지능 기반 예측 제어를 도입해 기상, 고객 유입, 재고 데이터와 연동하면 냉난방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둘째, 배송 차량의 친환경 전환은 정부 보조금을 활용하되, 공동 배송과 배송 시간 통합으로 운행 거리를 줄이는 운영 혁신을 병행해야 한다. 셋째, 자동화와 무인 운영은 심야 시간대 에너지 소비를 대폭 줄이는 핵심 수단이며, 특수 입지나 소형 매장에서 선택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



혁신의 핵심은 에너지 효율 개선이 장기적으로 운영비 절감과 규제 대응력 강화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24시간 운영이라는 편의점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설비 개선과 운영 최적화를 통해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초기 투자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즉각적 효과를 내는 영역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확대하면 된다. 지속가능한 채널은 미래 대비가 아니라 지금의 비용 구조를 결정하는 전략이다.



|심준규. 인하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 더솔루션컴퍼니비 대표. <그린북>, <실천으로 완성하는 ESG 전략> 저자. 기업의 ESG 역량 강화 프로그램 개발과 ESG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다.

더솔루션컴퍼니비 심준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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