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준규의 ESG 모델링34] 물류의 미래下 운전석 없는 트럭이 만드는 새로운 물류 질서
- 5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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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컨설턴트 심준규] 장거리 화물 트럭 운전은 세계적으로 기피 직종이 되고 있다. 하루 열 시간 넘게 고속도로를 달려야 하고, 불규칙한 수면과 장시간 고립된 환경이 반복된다. 운전기사를 구하지 못해 배송 일정이 밀리고, 인건비가 오르면서 물류비용 전체가 함께 상승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또 다른 압박이 겹친다.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8%는 도로 화물 운송에서 발생하는데, 그 대부분이 디젤 트럭에서 나온다. 각국 정부가 탄소 규제를 강화하면서 디젤 트럭 중심의 물류 운영 방식 자체가 흔들리고 있고, 인력 문제와 탄소 문제가 동시에 터지는 상황에서 물류 산업은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스웨덴 아인라이드(Einride)는 바로 이 두 문제를 하나의 구조로 풀어낸 회사다. 2016년 스톡홀름에서 설립된 화물 기술 기업으로, 운전기사 없이 전기로 달리는 자율주행 트럭과 이를 관리하는 AI(인공지능) 운영 시스템을 결합해 화물 운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트럭 운영 효율 제고 수준이 아니라, 물류가 작동하는 방식 자체를 다시 설계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운전석을 없앴다. 운전석이 사라지면 차량 앞부분의 부피와 무게가 줄고, 그 공간이 적재 공간으로 전환되면서 에너지 효율도 함께 높아진다. 엔진이 전기로 바뀌고 운전석까지 제거되면, 디젤 트럭과 비교해 탄소 배출을 최대 95%까지 줄일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운전석이 없다고 트럭이 혼자 떠도는 건 아니다. 원격 관제 센터의 전문 운영자가 여러 대의 자율주행 차량을 동시에 모니터링하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기면 즉각 개입한다. 한 명의 운영자가 최대 열 대까지 관리할 수 있어, 운전이라는 행위가 ‘도로 위에 앉아 있는’ 데에서 ‘시스템 감독’으로 바뀐다. 위험하고 고단한 장거리 운전 일자리가 안정적인 기술직으로 전환되는 구조다.
차량 운영 전반 조율은 AI 운영시스템 사가(Saga)가 담당한다. 경로 계획, 충전 일정, 에너지 최적화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면서 트럭이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움직이게 한다. 자연광이 풍부한 시간대에 태양광 전력을 활용해 충전하거나, 교통 상황에 따라 경로를 즉시 조정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한다. 사람이 판단하던 수많은 운영 결정이 데이터 기반으로 자동화됐다.
이 시스템의 또 다른 강점은 24시간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람이 운전하면 법정 휴게 시간이 필요하고, 야간 운행에는 추가 수당이 붙는다. 자율주행 시스템은 충전 일정만 소화하면 밤낮 구분 없이 가동되고, 한 대가 충전하는 동안 다른 차량이 운행을 이어받는 방식으로 공백을 메운다. 같은 차량으로 하루 운송 가능한 시간이 크게 늘면서 운영 생산성 자체가 달라진다.
기존 물류 방식과 인센티브 차이도 주목할 부분이다. 전통적인 구조에서 운송사는 연료비를 절약하면 이득이지만, 차량 성능이나 에너지 효율에 적극 투자할 유인은 크지 않았다. 아인라이드 모델에서는 에너지 소비가 곧 서비스 원가에 직결되기 때문에, 차량 효율과 운영 최적화에 끊임없이 투자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환경 개선이 비용 절감과 같은 방향을 가리키게 되면서, 지속가능성이 의무가 아닌 경영 전략으로 작동한다.
아인라이드가 제안하는 방식은 트럭 판매가 아니라 운송 결과 판매다. 기업이 차량을 구매하고 운전기사를 고용하고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대신, 필요한 운송 서비스를 계약으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초기 투자 부담 없이 탄소 감축과 운영 효율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목표를 가진 대형 화주에게 실질적인 선택지가 된다. 트럭이 아니라 결과를 사는 구조가 공급망 전체의 탈탄소화를 앞당기는 방식이다.
2025년에는 스웨덴에서 노르웨이까지 국경을 넘는 완전 자율 배송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운전기사 없이 고속도로를 달리고 전자 통관까지 처리하며, 국경을 넘는 물류에서도 자율주행이 실제로 작동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실험실 안 기술이 국제 물류 현장으로 나온 사례다.
이 사례가 물류 산업 전체에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지금의 방식을 조금 더 효율화할 것인가, 아니면 작동 방식 자체를 바꿀 것인가. 디젤 트럭의 연비를 높이고 운전기사 처우를 개선하는 방식으로는 인력 부족과 탄소 규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어렵다. 문제의 근원이 구조에 있다면, 개선이 아니라 재설계가 답이 된다.
상편의 차이냐오와 하편의 아인라이드는 같은 문제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풀어냈다. 차이냐오는 기존에 흩어져 있던 물류 자산을 데이터로 연결해 전체 효율을 끌어올렸고, 직접 소유하지 않고 연결만으로도 탄소를 구조적으로 줄이는 모델을 만들었다. 아인라이드는 물류를 움직이는 수단 자체를 바꿨다. 디젤 엔진과 운전기사라는 전통적인 두 축을 전기와 자율주행으로 대체해, 운영 방식을 근본부터 재설계했다.
두 회사의 공통요소는 물류의 탄소 문제가 기술이나 규제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즈니스 모델이 바뀌어야 인센티브가 바뀌고, 인센티브가 바뀌어야 기업 행동이 달라진다. 지속가능성이 비용이 아니라 수익 조건이 될 때, 기업은 비로소 자발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국내 물류 기업들도 같은 선택 앞에 서 있다. 연결을 정교하게 설계할 것인가, 아니면 운반 수단 자체를 바꿀 것인가. 어느 쪽이든 지금처럼 디젤 트럭에 사람을 태워 운영하는 방식만으로는 비용 경쟁력과 탄소 규제를 동시에 감당하기 어려운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 변화 방향은 이미 정해졌고, 남은 것은 언제 움직이느냐 문제다.
|심준규. 인하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 더솔루션컴퍼니비 대표. <녹색금융으로 읽는 ESG 이야기>, <그린북>, <실천으로 완성하는 ESG 전략> 저자. 기업의 ESG 역량 강화 프로그램 개발과 ESG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다.
더솔루션컴퍼니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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