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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준규의 ESG 인사이트 51] 65세 정년연장, 충분한 해법일까

  • 작성자 사진: Jace Shim
    Jace Shim
  • 6월 16일
  • 3분 분량

[ESG 경영컨설턴트 심준규] 요즘 고령화 사회 대응책으로 정년 연장 얘기가 많이 나온다. 60세에서 65세로 올리자는 것인데, 마치 이것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실제 우리나라 직장인 평균 퇴직 연령을 보면 50대 초반에서 40대 후반까지로 확대되고 있다. 법정 정년보다 훨씬 이른 나이에 회사를 떠나고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법정 정년까지 버티는 사람이 전체의 20%도 안 된다는 점이다.


나머지 80%는 정년 이전에 이미 노동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년만 연장한다고 해서 과연 의미가 있을까. 오히려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이미 고령화를 겪은 선진국이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왔는지다.


첫 번째로 살펴볼 곳은 일본이다. 일본은 우리와 비슷한 종신고용 문화가 있어 기업의 강한 저항에 직면했다. 정년을 무조건 늘리라고 하면 인건비 부담 때문에 기업이 반발할 것이 뻔했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일본 정부가 택한 방식은 ‘기업 선택형’이다. “70세까지 고용을 유지하되, 그 방법은 알아서 선택하라”는 것. 정년을 늘리든, 퇴직 후 재고용을 하든, 아니면 프리랜서로 계약을 맺든 상관없다는 식이었다.


이 방식의 효과는 분명하다. 기업은 숙련된 인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임금 부담을 조절할 수 있고, 노동자는 완전히 일터에서 밀려나지 않는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중소기업이 많은 상황에서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로 싱가포르는 의무와 인센티브를 절묘하게 조율한 사례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민 고용률을 높여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일본식 방법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싱가포르는 좀 더 강력한 접근을 택했다. 아예 법으로 63세 정년을 64세로 연장하고, 정년 후 68세까지 재고용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단순히 연령 강제만 하지 않았다.


재고용할 때 기존 임금을 그대로 줄 의무를 없애고, 고령자를 고용하는 기업에게는 보조금을 지급했다. 특히 시간제 재고용을 하면 추가 지원까지 해주니까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


세 번째로 유럽의 방식은 아시아권역 국가와 다른 철학을 보여준다. 독일, 스웨덴, 프랑스 같은 나라는 강력한 사회보장제도를 바탕으로 ‘점진적 퇴직’ 제도를 만들었다. 완전히 은퇴하기 전에 부분 연금을 받으면서 시간제로 일할 수 있게 했다.


이런 접근이 가능한 이유는 유럽의 탄탄한 연금 시스템 때문이다. 연금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부분 연금이라는 개념이 가능하다. 또한 유럽 사회가 전통적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어서, 점진적 은퇴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직업 활동을 통한 수입이 갑자기 끊기기보다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게 훨씬 안정적이다. 고용주 입장에서도 숙련 노동자를 완전히 잃는 것보다 시간제로라도 활용하는 게 이익이기에 안착할 수 있었다.


네 번째로 미국과 영국은 앞선 방향과 근본적으로 다른 길을 택했다. 미국은 1986년부터, 영국은 2011년부터 법정 정년 자체를 폐지했다. 나이를 이유로 퇴직을 강요하는 것 자체가 차별이라는 시각이다.


이런 접근이 가능한 이유는 미국의 강력한 성과 중심 문화 때문이다. 나이보다 실력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깔려 있고, 개인의 자유를 최우선으로 하는 가치관이 받쳐주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의사, 변호사, 교수 같은 전문직에서는 나이보다 실력이 중요하지만, 아직 일반 기업 문화까지는 확산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먼저 인정해야 할 현실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법정 정년까지 버티는 사람이 전체 20%도 안 된다는 점이다.


오히려 필요한 건 정년 이전에 밀려나는 사람들을 위한 대책이다. 50대 초반에 퇴직한 사람이 괜찮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지금처럼 임시직이나 단순노무직으로만 내몰리는 구조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일본식 고용 유연성도 필요하겠다. 정년을 무조건 65세로 늘리라고 강요하기보다는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을 제공해야 한다. 재고용, 시간제 근무, 프로젝트 기반 계약 등 기업 상황에 맞는 방식을 택할 수 있게 해야겠다.


싱가포르에서 진행하는 정부 인센티브도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중소기업에게는 고령자를 고용할 때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의무만 부과하고 지원은 없으면 오히려 고용이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연공서열 임금체계 개편이다. 국내 기업들이 외형상으로는 성과연봉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나이와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현재 시스템에서는 50대 중후반 임금이 최고점에 달한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높은 인건비 부담을 우려해 정년 이전 조기 퇴직을 유도하고 있다.


세대 간 소통과 문화적 융합도 중요한 과제다. AI(인공지능)와 디지털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는 시대에 기존 세대와 신세대 간의 기술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60대 이상 고령자가 젊은 직원과 함께 일하려면 서로를 이해하고, 디지털 기술을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이 필요하다.


특히 중소기업은 대기업처럼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나서서 고령자 디지털 교육, 세대 간 소통 프로그램, 멘토링 시스템 등을 지원해야 한다.


결국 고령자 일자리 창출은 정년 연장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임금체계, 사회보장제도, 기업 지원 정책, 세대 간 소통, AI 시대 적응 등이 종합적으로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 복합적인 과제다. 정년 연장은 중요한 출발점이지만, 진정한 해답은 모든 세대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고용 생태계를 만드는 데 있다.



|심준규. 더솔루션컴퍼니비 대표. <그린북>, <실천으로 완성하는 ESG 전략> 저자. 기업의 ESG 역량 강화 프로그램 개발과 ESG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다.

더솔루션컴퍼니비 심준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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