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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준규의 ESG 인사이트 41] 기후위기 시대, 기업을 위협하는 ‘물 리스크’와 대응 전략

  • 작성자 사진: Jace Shim
    Jace Shim
  • 4월 7일
  • 3분 분량



[ESG 경영컨설턴트 심준규] WEF(세계경제포럼)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는 물 위기를 지속적으로 상위 위험 요소로 선정해 왔다.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물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국가에 속한다. 일상에서 물 부족을 체감하기 어렵지만, 1인당 가용 수자원량이 OECD 평균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기후변화로 인한 강수 패턴 변화와 산업화에 따른 물 수요 급증으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매일 사용하는 전자기기 하나를 생산하는 데도 막대한 양의 물이 소비된다. 스마트폰 하나를 만드는 데 약 1만3000ℓ(2인 가족이 한 달 동안 사용하는 생활용수량), 노트북 컴퓨터 한 대에는 약 2만ℓ(가정용 욕조의 약120개 분량)의 물이 필요하다. 클라우드 서비스, AI 기반 애플리케이션, 디지털 콘텐츠 스트리밍을 지원하는 데이터센터는 서버 냉각을 위해 중소도시 하루 물 소비량과 맞먹는 수준의 물을 사용한다.


세계물경제위원회(GCEW)는 2030년까지 전세계 물 수요가 공급을 40% 초과하고, 2050년에는 전세계 GDP가 8% 감소할 것으로 경고했다. 물 리스크는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기업 재무 성과와 직결되는 핵심 경영 위험 요소로 부상했다. 국내 기업이 직면한 물 리스크로 인한 잠재적 단기 재무 영향은 약 22조 원에 달한다.


전력·수도·에너지 공급 산업은 특히 물 의존도가 매우 높아 물 부족 시 전력 생산에 직접적인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반도체 제조와 데이터센터 냉각에 막대한 양의 물을 소비하는 IT 산업도 물 리스크에 크게 노출돼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국내 주요 산업의 물 스트레스 노출도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지만, 국내 기업 대응은 아직 미흡하다.


이 때문에 ‘워터 포지티브(Water Positive)’ 전략이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워터 포지티브는 기업이 사용한 물의 양보다 더 많은 물을 자연에 되돌려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접근법이다. 기존 물 관리가 ‘사용량 저감’에 초점을 맞췄다면, 워터 포지티브는 적극적인 ‘물 재생과 환원’을 통해 물 순환 생태계 전체의 건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볼 수 있다.


글로벌 기업은 이미 워터 포지티브 전략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목표로 ‘2030년까지 워터 포지티브 달성’을 설정하고, 자사 시설의 물 사용량을 상회하는 물을 확보해 지역 수자원에 환원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구글은 데이터센터에 냉각수 재사용 시스템을 도입해 물 사용량을 줄이고, 해수 냉각 시스템과 빗물 수집 시설을 통해 담수 사용량을 최소화하고 있다.


유니레버는 제품 설계 단계부터 물 사용을 최소화하는 ‘워터 스마트’ 제품 개발에 주력하며, 코카콜라는 2030년까지 사용하는 물 1ℓ당 2.5ℓ를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목표를 추진 중이다.


인텔은 반도체 생산과정에서 초순수(Ultra-pure water) 재활용률을 90% 이상으로 높이는 혁신적인 물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이는 물 집약적 산업에서 순환적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선구적 사례다.


우리나라에서도 물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민관 공동 노력이 시작됐다.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를 중심으로 ‘워터 포지티브 협력체’를 구성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포스코 △네이버 △아모레퍼시픽 △풀무원 △한국 코카콜라 등 다양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이 협력 플랫폼은 산업계 전반에 걸친 물 관리 패러다임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워터 포지티브 협력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방향성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워터 포지티브 협력체의 성공을 위해서는 기업의 물 리스크 평가와 정보 공개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가 시급하다. 물 사용량과 물 스트레스 노출도 등 핵심 지표에 대한 표준화된 측정 방법과 공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체계에 이를 통합하고 금융기관의 투자 심사 과정에서도 물 리스크를 주요 지표로 활용하는 제도적 장치가 물 정보 공개의 기반이 될 것이다.


둘째, 워터 포지티브 전략 도입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인센티브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 세제 혜택, 녹색 금융 지원, 공공조달 우대 등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과 산업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이 효과적일 것이다. 물 재활용 시설 구축과 물 효율적 공정 전환의 초기 투자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적 지원은 기업 참여의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셋째, 물 효율성 향상 기술 개발을 위한 R&D 지원과 실증 사업 확대도 중요하다. 물 집약적 산업의 물 재사용 기술, 스마트 물 관리 시스템, 저수량 예측 기술 등에 대한 투자는 산업 전반의 물 관리 역량을 높일 것이다. 이런 혁신 기술은 물 리스크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관련 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이중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물은 무한한 자원이 아니며, 그 희소성은 지속가능한 경영의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물 부족 대응 지연은 기업 경쟁력과 국가 경제 전체에 구조적 취약성을 초래하므로, 모든 경제 주체가 참여하는 전방위적 물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겠다.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는 선택이 아닌, 기업과 정부가 함께 해결해야 할 필수적인 전략적 과제다.



|심준규. 더솔루션컴퍼니비 대표. <그린북>, <실천으로 완성하는 ESG 전략> 저자. 기업의 ESG 역량 강화 프로그램 개발과 ESG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다.

더솔루션컴퍼니비 심준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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