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준규의 ESG 인사이트 37] 미래에 투자하는 ESG금융

[ESG 경영컨설턴트 심준규] 'ESG금융'이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 있는가?
ESG금융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고려한 금융 활동을 말한다.
주식 차트와 수익률에만 집중하던 시대는 서서히 지나가고, 이제는 '어디에 투자하는가'의 가치가 중요해지고 있다. 금융이 가진 본연의 힘, 즉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능력을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활용하자는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ESG금융은 국민연금,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과 같은 공공 금융기관이 전체 ESG금융의 약 75%를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민간 금융기관 참여는 아직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며, 이 불균형은 ESG금융 생태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3가지 영역 가운데는 주택금융이나 중소기업 지원과 같은 사회(S) 영역에 크게 편중돼 있으며, 환경(E) 영역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투자는 아직 미미한 수준으로, 기후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금융이 녹색 전환을 이끄는 역할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글로벌 시장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더욱 분명해진다. 2022년 글로벌 지속가능투자연합(GSIA)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은 전체 운용자산의 53%, 미국 33%, 일본 24%가 ESG 요소를 고려하고 있다. 선진국이 ESG금융을 적극 확대하고 있는 추세 속에서, 우리나라도 더욱 속도를 내야 할 필요가 있다.
ESG금융은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ESG투자'는 국민연금이나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환경 친화적이거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자금을 투입함을 일컫는다. '책임 투자'라고도 불리는 이 방식은 단순히 재무적 성과만이 아니라 환경·사회적 영향까지 고려해 투자하는 접근법이다. 기후변화 대응, 노동권 존중, 다양성 촉진 등 가치 추구 기업에 자금이 흘러가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다음으로 'ESG대출'은 금융기관이 기업이나 프로젝트의 환경·사회적 가치를 평가해 자금을 제공하는 활동이다. 은행이 친환경 기술 개발 기업에 우대 금리로 대출해주거나, 취약계층 지원 사업에 특별 융자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런 형태의 대출은 자금 흐름을 친환경 산업이나 사회적 가치가 높은 분야로 유도하며, 금융기관도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이점을 얻을 수 있다.
세 번째로 'ESG채권'은 특정 사회·환경 목적을 위해서만 사용된다고 약속하고 발행하는 채권이다. 정부나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면서 "이 자금은 오직 녹색 사업이나 사회 문제 해결에만 쓰겠다"고 선언하는 방식이다.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발행 주체는 투명하게 자금 사용 내역을 공개하고 환경·사회적 영향을 보고해야 하는 책임을 진다.
마지막으로 'ESG금융상품'은 개인 투자자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이다. 친환경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 탄소 발자국을 줄이면 혜택을 주는 신용카드, 사회공헌과 연계된 보험 상품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와 같은 상품은 소비자가 일상적인 금융 활동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에 기여할 수 있게 해준다. 소액으로도 큰 변화에 동참할 수 있는 통로인 셈이다.
ESG금융은 이제 막 성장의 가속도를 붙이기 시작한 분야다. 주식시장의 등락에만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 금융이 우리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더 관심을 가질 시기다.
어떤 산업과 가치에 자금이 흘러가는지, 그것이 장기적으로 어떤 세상을 만들어갈지 고민하는 것은 단순한 재테크를 넘어선 금융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는 일이다.
투자자로서 우리는 단기적 수익률만이 아닌 '좋은 돈의 흐름'을 만드는 데 동참할 수 있다. ESG펀드에 투자하거나, 친환경 금융상품을 선택하거나, 투자한 회사의 ESG 성과를 살펴보는 작은 실천들이 모여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다. 우리 돈이 만들어갈 미래에 대한 책임감을 가질 때, 금융은 단순한 부의 축적 수단을 넘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다.
결국 ESG금융 확산은 수익률 차트 너머에 있는 투자의 본질적 가치를 고민하는 문화가 확산될수록, ESG금융은 우리 사회에 더욱 단단한 뿌리를 내리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든든한 토대가 될 수 있다.
|심준규. 더솔루션컴퍼니비 대표. <실천으로 완성하는 ESG 전략> 저자. 기업의 ESG 역량 강화 프로그램 개발과 ESG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다.
더솔루션컴퍼니비 심준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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