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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준규의 ESG 인사이트 3] 폐광에서 피어나는 미래



[ESG 경영컨설턴트 심준규] 지난 3월 30일, 국내 최대 탄광인 강원도 태백 장성광업소가 88년 역사를 뒤로하고 문을 닫았다. 내년 삼척 도계광업소마저 폐광되면, 대한석탄공사 소속 탄광은 모두 사라지게 된다.


이는 단순한 한 산업의 종말이 아닌 한국 근대화의 한 시대가 막을 내리는 상징적 사건이다.


산업 구조 변화와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폐광 지역의 미래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 세계적 흐름 속에서, 한때 번영을 누렸던 탄광 지역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다양한 폐광 지역 재생 시도가 있다.


문화와 예술을 통한 도시 재생은 가장 눈에 띄는 방식 중 하나다. 이 경우 과거 산업 시설이 박물관, 공연장, 갤러리 등으로 탈바꿈하여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거듭난다.


독일 루르(Ruhr) 지역 졸페라인(Zollverein) 탄광 단지는 1986년 폐광 이후, 이곳은 지역 주민, 예술가, 정부의 협력으로 문화예술 중심지로 탈바꿈했다. 과거 산업시설은 박물관, 디자인 센터, 공연장 등으로 재탄생했다. 졸페라인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연간 200만 명 이상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또한 독일 최상위권 예술대학인 폴크방 예술대학(Folkwang University of the Arts) 분교의 설립과 디자인 기업의 집적으로 창조 산업 중심지로도 발돋움하고 있다.


역사 보존과 교육에 중점을 둔 재생 방식도 있다. 이는 과거 모습을 가능한 그대로 보존하여 방문객에게 산업 유산의 역사적, 교육적 가치를 전달한다.


영국 웨일스(Wales)의 블레나번(Blaenavon)을 들 수 있다. ‘Big Pit Experience’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폐광을 그대로 보존하고, 관광객이 실제 광부의 작업 환경을 체험할 수 있게 했다. 당시 탄광을 국립석탄박물관(Big Pit National Coal Museum)으로 개관하여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산업 유산의 역사적, 교육적 가치를 극대화한 사례로 지역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관광 산업을 창출했다. 블레나번 역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며 세계적으로 산업 혁명의 생생한 역사를 간직한 새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지역경제 구조의 다각화를 통한 재생 방식의 사례도 있다. 새로운 산업을 유치하거나 육성하여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식이다.


폴란드 카토비체(Katowice)는 과거 탄광 시설을 개조해 실레시아 박물관(Silesian Museum)을 만들어 지역 역사와 문화를 전시하는 한편, 음악, IT, 신재생에너지 산업 등을 적극 육성했다. 전직 광부의 직업 전환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자의 적응을 도왔다.


이러한 해외 사례들은 폐광 지역 재생의 핵심 요소를 보여준다. 기존 인프라의 창의적 활용, 종사자를 비롯하여 지역 주민 재교육과 새로운 직업 창출, 더 나아가 지역 전체 이미지와 경제 구조를 새롭게 재편하는 종합적 노력이 그것이다. 이는 단순히 물리적 공간 변화를 넘어, 지역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교훈은 비단 폐광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과 기후변화 대응으로 인해 많은 전통 산업과 직업군이 사라지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전기차 전환, 제조업의 자동화, 인공지능 발전 등으로 인해 수많은 노동자가 전직 필요에 직면해 있다.


시대 변화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핵심은 창조적 재해석과 포용적 전환이다. 기존의 자산과 경험을 새로운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고, 이 과정에서 소외되는 이들이 없도록 해야겠다.


장성광업소 폐광을 새로운 시작점으로 삼아 우리만의 독특하고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을 만들어갈 때다. 이는 단순히 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전체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정부, 기업, 지역 주민, 우리 모두의 지혜와 협력으로 이 도전을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겠다.


|심준규. 더솔루션컴퍼니비 대표. <실천으로 완성하는 ESG 전략> 저자. 기업의 ESG 역량 강화 프로그램 개발과 ESG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다.


더솔루션컴퍼니비 심준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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