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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준규의 ESG 인사이트 2] 홍콩, 플라스틱 천국에서 ESG 선도국으로



[ESG 경영컨설턴트 심준규] 최근 홍콩을 방문했을 때 일회용품 규제를 직접 체감했다. 호텔 객실에 늘상 제공하던 생수병이 사라지고, 대신 각층마다 정수기가 설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불편하단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막상 정수기 앞면에 ‘Bottle Saving’ 문구와 함께 표시된 실시간 절약 플라스틱병 수를 보자 생각이 바뀌었다. 이런 작은 변화가 환경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실감돼서다.


올해 4월 22일부터 홍콩은 약 2만 개 식당, 소매점, 호텔,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빨대, 수저류, 접시 등 9가지 유형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이 규제 대상이다. 6개월 유예 기간 후 위반 시 최대 10만 홍콩달러(1768만원) 벌금이 부과된다.


세계 각국에서 유사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영국 정부는 2022년부터 모든 정부 부처와 관련 기관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금지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시도 2019년부터 공공기관에서 플라스틱 생수병 구매를 금지했다. EU(유럽연합)는 2021년부터 10가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금지하는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개별 국가 노력을 넘어, 국제사회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 심각성을 인식하고 범지구적 차원의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유엔 플라스틱국제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 회의에서 중요한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플라스틱 사용 감축이 단순히 몇몇 국가의 과제가 아닌 인류 공동의 중요한 과제임을 보여주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일회용품 규제 정책은 아쉽게도 일관성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환경부는 카페, 식당 등에서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렸다. 설상가상 플라스틱 빨대 금지 유예기간을 무기한 연장했다. 2021년 11월 24일부터 시행된 카페 내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는 2023년 11월 전면 철회되었다. 이는 환경 정책 수립 시 현실적인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한국환경공단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일회용품 배출량은 약 90만 톤으로 추정된다. 이는 축구장 크기 쓰레기 매립지가 매년 90개 이상 생겨나는 것과 비슷한 규모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 완화는 환경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다만 희망적인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공공기관과 기업, 단체 사이에서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일회용품 제로 챌린지’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으며, 매월 10일을 ‘일회용품 없는 날’로 지정하여 전국민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10에 실시하는 이유는 1회용품의 0(제로)화를 의미한다. 사람들이 쉽게 기억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여전히 해외 사례에 비하면 아직 소극적인 정책이겠다. 우리나라도 더욱 강력하고 일관된 일회용품 사용 규제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기업과 소비자가 적응할 수 있는 유예 기간을 제공하고, 효과적인 홍보와 교육을 통해 지속가능한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곧 다가올 여름 휴가철, 많은 사람이 국내 관광지로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기에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국내 관광지에서 일회용품 대신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거나, 환경 보호 활동과 연계한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관광객들의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은 국내 관광객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홍콩의 경험처럼, 외국인 관광객이 우리나라 환경 정책과 실천을 직접 체험하며 긍정적인 인식을 가질 수 있다.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기후변화 대응, 자원 효율성, 생태계 보전 등 다양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일회용품 사용 규제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ESG는 거창한 구호가 아닌 일상 속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 환경 중요성을 인지하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ESG의 시작이다. 정부, 기업,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는 K-콘텐츠를 넘어 K-ESG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해야겠다. 지금 바로 우리 모두가 일상에서 작은 변화를 시작해야 할 때다.


|심준규. 더솔루션컴퍼니비 대표. <실천으로 완성하는 ESG 전략> 저자. 기업의 ESG 역량 강화 프로그램 개발과 ESG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다.


더솔루션컴퍼니비 심준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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