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준규의 ESG 인사이트 14]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그 이면을 보자
[ESG 경영컨설턴트 심준규]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쟁탈전이 뜨겁다.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의 주식 확보 경쟁이 연일 뉴스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잠시 숨을 고르고 생각해보자. 우리 시선이 놓치고 있는 본질은 무엇일까?
지속가능경영 관점에서 이 대결의 핵심은 단순히 '누가 더 많은 지분을 확보했나'가 아닌, '누가 이 기업의 미래를 더 밝게 그릴 수 있나'에 있어야 한다.
아연이 차세대 산업의 핵심 소재로 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전기차 배터리에서 5G 통신 인프라에 이르기까지, 아연 활용 영역이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이 분야에서 고려아연은 세계적인 선두주자다. 하지만 이 자리는 결코 영원할 수 없다. 끊임없는 혁신만이 정상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열쇠다.
특히 환경 규제 압박은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
EU(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새로운 정책들이 비철금속 업계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생산을 넘어, 지속가능하게 생산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그렇다면 고려아연의 미래 전략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친환경 경영'이라는 추상적인 구호로는 부족하다. 저탄소 제련 기술 개발, 재생에너지 활용 확대, 고효율 금속 재활용 시스템 구축 등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로드맵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이러한 혁신 기술을 어떻게 새로운 수익 모델로 발전시킬 것인지, 그 청사진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울산 온산제련소를 중심으로 성장해온 만큼, 지역사회와 상생 방안도 재고해야 한다. 이제는 단순한 '고용 창출자' 역할을 넘어, 지역과 함께 미래를 설계하는 진정한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친환경 기술 도입에 따른 일자리 변화, 협력업체들과 동반 성장 전략, 지역 경제 다각화 지원 등 새로운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현재 경영권 다툼은 마치 눈 앞의 보물만을 쫓는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진정한 승자는 그 보물의 가치를 어떻게 증대시킬 것인지 고민하는 쪽이 되어야 한다. 주식 매입 숫자보다는, 획기적인 기술 투자 계획이나 산업 고도화 전략이 더 큰 뉴스 가치를 지녀야 하지 않을까?
고려아연은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단순히 '수익성 높은 기업'으로 머물 것인가, 아니면 '미래를 선도하는 혁신 기업'으로 도약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이 경영권 다툼의 승자를 가를 진정한 잣대가 되어야 한다.
우리 관심은 수조원대 지분 경쟁의 이면을 바라봐야 한다. 누가 더 원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그것을 실현할 능력이 있는지를 주목해야 한다. 고려아연이라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앞으로 어떤 혁신의 알을 낳을지, 그 미래 시나리오를 누가 더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지가 핵심이다. 이것이야말로 투자자들과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주목해야 할 관전 포인트겠다.
|심준규. 더솔루션컴퍼니비 대표. <실천으로 완성하는 ESG 전략> 저자. 기업의 ESG 역량 강화 프로그램 개발과 ESG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다.
더솔루션컴퍼니비 심준규 대표
Copyright ⓒ 마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