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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준규의 ESG 모델링43] 부의 사다리를 재설계上 청년미래적금과 영국 Lifetime ISA가 보여주는 자산 형성의 두 얼굴

  • 6월 29일
  • 3분 분량

[ESG 경영컨설턴트 심준규] 얼마 전 뉴스를 보다가 눈이 멈췄다. 정부가 청년을 위해 내놓은 적금 상품의 실질 이자율이 연 19%에 달한다는 내용이었다. 기사 댓글 창과 직장인 커뮤니티마다 가입 방법을 묻는 글이 쏟아졌다. 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연 2%대 후반에서 사실상 3% 벽을 넘지 못하는 시대에, 그 숫자는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다.



청년미래적금은 만 19세에서 34세 청년이 3년간 월 최대 50만 원을 저축하면 정부가 납입금의 6~12%를 기여금으로 함께 적립해주고, 이자소득세도 전액 면제되는 구조다. 매달 50만 원씩 3년을 채우면 최대 2200만 원가량을 손에 쥘 수 있고, 우대형 가입자 기준으로는 연 19% 적금 상품과 비슷한 수익 효과가 난다. 납입 방식도 자유적립식이라 여유가 있는 달엔 더 넣고 빠듯한 달엔 적게 넣어도 계좌가 유지되니, 5년짜리 도약계좌를 끝까지 유지하기 어려웠던 세대에게 훨씬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상품이다.



그런데 청년미래적금에 줄 서는 것과 동시에, 증권사 MTS(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 신규 가입자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코스피가 2026년 들어 반등하고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연거푸 갈아치우면서, 적금 통장보다 증권 계좌를 먼저 여는 사회초년생이 늘었다. 월급 이외에 상장지수펀드(ETF, Exchange Traded Fund)나 개별 종목 투자로 자산을 불리려는 욕구가 어느 때보다 뚜렷해졌다.



두 가지 흐름이 한 세대 안에서 동시에 커지고 있다. 안전하게 정부 혜택을 받으며 목돈을 쌓는 경로와, 자본 시장에 올라타 자산을 직접 불리는 경로가 나란히 존재한다. 청년미래적금은 전자에 잘 설계된 제도지만, 후자의 흐름은 제도 바깥에 놓여 있다. 돈이 불어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고 싶은 세대에게, 3년 뒤 만기를 기다리는 확정금리 적금은 시작을 도와주되 그 이후를 함께 설계해 주지는 않는다.



영국에서는 2017년 라이프타임 Lifetime ISA(LISA·리사)를 도입하며 이 두 가지 욕구를 하나의 제도 안에 담으려 했다. 리사는 18~39세 청년이 연간 최대 4000파운드(740만원)를 납입하면 정부가 25%에 해당하는 최대 1000파운드(185만원)를 보너스로 그해 안에 계좌에 입금하는 구조다. 한국처럼 만기를 채워야 기여금이 정산되는 방식이 아니라, 납입하는 순간 잔고가 5000파운드(925만원)로 불어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원 비율만 따지면 리사의 25% 즉시 보너스는 청년미래적금의 6~12% 기여금보다 강도가 높다. 그러나 진짜 차이는 비율이 아니라 그 돈을 어떻게 운용하도록 설계했느냐에 있다.



리사는 현금 저축형과 주식·펀드 투자형 중 가입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정부가 즉시 넣어준 보너스를 종잣돈 삼아 글로벌 우량주나 지수 추종 펀드에 투자해 복리 효과를 추가로 얻는 경로가 제도 안에 열려 있다.



청년이 정부 지원을 받으면서 동시에 자본 시장 참여자로 성장하는 경험을 설계 안에 포함시킨 셈이다. 확정금리 적금에 머물면 원금은 안전하지만, AI(인공지능)·반도체·바이오 같은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에 현금성 자산만 쌓는 전략은 시간이 지날수록 실질 구매력이 뒤처지기 쉽다. 리사의 투자형 옵션은 수익률을 높이는 장치이기도 하지만, 청년이 금융 시장의 작동 방식을 제도 안에서 직접 체득하도록 유도하는 구조이기도 하다.



기간 설계에서도 두 제도는 방향에 차이가 있다. 청년미래적금이 3년 만기로 끝나는 반면, 리사는 18세에 가입하면 만 50세까지 매년 정부 보너스를 받으면서 계좌를 유지할 수 있다. 인출 조건은 생애 최초 주택 구매와 만 60세 이후 은퇴 자금으로 극히 제한된다. 인생에서 가장 큰 지출이 발생하는 두 시점을 향해 자산이 장기간 축적되도록 국가가 함께 경로를 설계한 구조로, 경제학에서는 이를 자산 기반 복지(Asset-based Welfare)라고 부른다.



그러나 리사가 순탄하게 작동한 것만은 아니다. 주택 구매나 은퇴 이외 목적으로 중도 인출하면 정부 보너스 반환을 넘어 원금 일부까지 공제하는 패널티 구조가 문제가 됐다. 갑작스러운 실직이나 예상치 못한 의료비처럼 긴급한 상황에서도 자금이 묶이는 사례가 생겼고, 영국 의회 재정위원회는 2023년 이 구조에 대한 개편을 공식 권고했다. 좋은 의도로 설계된 장기 제도가 유연성의 부재로 인해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영국 스스로 경험한 셈이다.



한국 청년미래적금은 자유적립식 구조와 3년이라는 현실적인 기간으로 그 경직성을 이미 피했다. 가입자 입장에서 심리적 부담이 낮고, 중도에 삶의 변화가 생겨도 비교적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만기 후 2200만원을 받은 청년이 그 돈으로 무엇을 하느냐는 전적으로 개인 판단에 맡겨진다. 제도는 출발점을 단단하게 만들어줬지만, 그 이후 경로까지 연결은 미비하다 할 수 있다.



코스피와 미국 증시를 동시에 바라보는 세대가 원하는 것은 단순히 목돈이 아니다. 그 목돈이 더 큰 자산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이해하고 직접 경험하는 것이다.



청년 자산 형성 정책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면, 얼마를 지원하느냐를 넘어 그 자산이 이후 어떻게 운용될 수 있는지 경로를 함께 그려주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청년미래적금이 만들어준 출발점 위에 투자 경험과 장기 자산 운용의 관점이 더해질 때, 부의 사다리를 하나씩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심준규. 인하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 더솔루션컴퍼니비 대표. <녹색금융으로 읽는 ESG 이야기>, <그린북>, <실천으로 완성하는 ESG 전략> 저자. 기업의 ESG 역량 강화 프로그램 개발과 ESG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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