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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준규의 ESG 모델링41] 멈춰 있는 자원의 재발견上 자가용 세워두는 시간을 수익 자산으로 바꾸는 회사

  • 6월 16일
  • 3분 분량

[ESG 경영컨설턴트 심준규] 얼마 전 차량을 정비소에 맡겼는데 수리비가 꽤 나왔다. 평소 이용 패턴을 보면 출퇴근 시 한두 시간 운행이 전부이고, 나머지 시간은 늘 같은 자리, 주차장에 세워져 있다. 구입시 수천만 원의 큰 비용이 들고, 매달 보험료와 유지비가 빠져나가는 자산이 대부분 시간 동안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셈이다.


실제로 전 세계 승용차 평균 가동 시간도 하루 1시간 내외다. 하루 90% 이상을 주차된 채로 보낸다는 조사 결과가 반복적으로 나온다.


기업이라면 생산 설비 가동률이 10%에 불과한 상황을 그냥 두지 않는다. 원가 구조를 뜯어보고, 유휴 시간을 줄이거나 다른 용도로 전환하는 방안을 찾는다. 그런데 개인 차량은 오랫동안 그런 시각으로 보지 않는다. 소유하면 멈춰 있는 시간이 생기고, 그건 당연한 일로 여겼다.


이 시각을 바꾼 건 자동차 산업이 아니라 플랫폼 기술이었다. 미국 투로(Turo)는 이 구조를 차량 공유 플랫폼으로 상용화한 회사다.


렌터카 회사처럼 차량을 직접 구매하거나 보유하지 않는다. 차량을 소유한 개인이 사용하지 않는 시간을 등록하면, 빌리려는 사람과 연결해 주는 양면시장 구조로 운영된다. 2010년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는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호주를 포함한 10개국에서 35만 명 이상의 차량 소유자가 참여하고 있다.


차량 소유자는 월 평균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백만 원 이상의 추가 수익을 올린다. 플랫폼이 보험, 차량 손상 보호, 청결 기준 같은 거래 조건을 표준화해서 제공하기 때문에, 개인이 렌터카 사업을 직접 운영하는 복잡함 없이 참여할 수 있다.


차량을 빌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기존 렌터카 대비 20~30% 저렴하고, 공항이 아닌 거주하는 동네 인근에서 다양한 차종을 선택할 수 있다는 편의성이 생긴다.


환경 측면 효과도 함께 작동한다. 차량 한 대 가동률이 높아지면 동일한 이동 수요를 충족하는 데 필요한 차량 수가 줄어들고, 신차 제조 수요 자체가 감소한다.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은 운행 중 배출량에 버금가는 수준인데, 가동률을 높여 전체 생애주기 탄소를 줄이는 구조로 연결된다.


사회적 측면에서도 효과는 충분히 있다. 차량이라는 자산을 보유한 개인이 그 자산으로 실질 소득을 만들어 자산 보유 여부에 따른 소득 격차를 부분적으로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차량이라는 대형 소비재가 비용 항목에서 수익 항목으로 전환되는 구조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왜 이런 방식이 허용되지 않을까?


자가용 차량으로 돈을 받고 타인을 태우거나 차량을 빌려주는 행위는 현행법 체계에서 ‘운수사업’으로 분류된다. 운수사업은 국토교통부의 허가와 등록을 요하는 규제 산업이고, 개인이 별도 허가 없이 유상으로 차량을 제공하면 불법 영업으로 간주된다. 면허와 보험, 차량 기준, 요금 체계를 갖춘 사업자만 영업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다.


이 구조가 충돌을 일으켰던 사례로 ‘타다’가 있다. 타다는 11인승 승합차를 기사 포함 단기 렌트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법적 허용 범위 내에서 사실상 호출형 운송 서비스를 제공했다. 사회적으로 기존 택시업계가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2020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 개정되면서 타다의 주력 서비스는 사실상 불법화됐다. 기술과 법 사이의 충돌이 법 개정으로 마무리된 사례다.


미국 우버(Uber)와 리프트(Lyft)처럼 일반 운전자가 여가 시간에 승객을 태우고 수익을 올리는 방식도 국내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우버는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도했지만 법적 제재를 받고 사실상 철수했으며, 현재는 법인 택시와 연계한 방식으로만 제한적으로 운영 중이다. 개인 운전자가 플랫폼을 통해 승객을 받는 구조 자체가 허가 없는 유상 운송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물론 운수 규제가 이렇게 설계된 데는 배경이 있다. 면허 없는 운전자의 안전 사고, 보험 공백, 기존 운수 종사자 생계 보호라는 논리가 오랫동안 규제의 근거가 됐다. 이 논리 자체가 틀린 건 아니지만, 플랫폼 기반 신원 확인과 보험 체계, 실시간 운행 추적 같은 기술적 안전장치가 상당히 발전한 지금과 과거를 같은 기준으로 보는 건 무리가 있다.


투로가 서비스를 운영하는 다수 국가도 처음부터 규제 공백이 없었던 건 아니다. 보험 체계와 플랫폼 책임 범위를 정비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제도 안으로 편입됐다. 차량 대여 방식이냐 운송 서비스 방식이냐에 따라 규제 적용 범위도 달라지고, 각국이 자국 상황에 맞게 기준을 조정하며 허용 범위를 넓혀가는 추세다.


경기 침체 국면에서 가계 자산 활용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은 제도적으로도 의미 있는 선택지다. 차량이라는 거액의 소비재가 고정비만 나가는 부채 항목에 머물지 않고, 유휴 시간에 수익을 만드는 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다면, 이는 개인 재무 측면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자원 효율성 문제이기도 하다. 규제의 방향이 허용이냐 금지냐 이분법보다, 안전 기준을 갖춘 구조에서 어떻게 열어갈지로 이동할 시점이다.



|심준규. 인하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 더솔루션컴퍼니비 대표. <녹색금융으로 읽는 ESG 이야기>, <그린북>, <실천으로 완성하는 ESG 전략> 저자. 기업의 ESG 역량 강화 프로그램 개발과 ESG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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